간병일지7 환자의 시간, 가족의 시간 뇌졸중 환자와의 시간 - ⓻ 아아와 함께 낱말공부를재활병원인 홀리병원에서의 식사가 아주 맛있다고 칭찬하는 남편은 조금씩 알아듣는 횟수가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다.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 훨씬 많았고 자꾸 질문내용을 되묻는게 불편하면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편이었다. 네이버 예약을 통해 면회신청이 가능했고 외출 외박은 미리 간호사실에 알리고 정하면 되었다. 시댁 식구들과 남편 친구, 지인이 다녀갔고 그 와중에 친구에게 담배 좀 달라고 하소연해서 말리느라 애먹었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돈도 담배도 건네면 절대 안된다고 면회자들에게 신신당부했다. 재활치료는 평균 하루 3시간 정도였다. 전화 통화도 간단한 내용은 가능할 정도로 진전이 있었다. 나는 유아용 낱말카드를 사서 만날 때 .. 2025. 7. 28. 이제부터 시작이야 뇌졸중 환자와의 시간 - ⓺ 재활병원 리스트우리의 재활병원 리스트에서 1순위는 서울재활병원 2순위 일산중심재활병원 3순위는 일산복음미래병원이었다. 회복기 재활병원을 우선 순위로 집에서 가까운 곳을 선택의 기준으로 정했다. 퇴원시점에서 서울재활병원은 3주 이상 대기라고 해서 일단 대기명단에 올려놓고 일산중심재활병원에 마침 자리가 나서 이곳으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남편의 노트북 사건으로 입원이 무산되자 머릿속은 하얗고 뇌가 정지된 느낌에 편두통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알아봤던 병원들은 거의 평일 입원만 가능했기에 금요일 5시가 지난 시간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했다. 병원을 정하기전 5개 병원을 후보에 두고 전화상담을 했었는데 그 중 홀리병원이 토요일 입퇴원이 가능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바.. 2025. 7. 26. 소통이 문제입니다 뇌졸중 환자와의 시간 - ⓹ 소외차츰 병실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재활치료 받느라 바빠지면서 담배로 인한 성가심도 많이 줄어들었다. ‘술과 담배를 시작하면 다시 또 뇌경색이 올 수 있어. 앞으로 절대 하면 안돼. 알았지?’ 노트에 적어주며 표정을 살피고 매일 같이 다짐을 받았다. 기억력이 하루 지나면 다시 리셋 되는지 같은 내용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시간이었다. 아침 식사가 끝나면 회진이 있다는 것을 자각한 이후로는 식사 후 아무것도 안하고 주치의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예정 시간 한참 전부터 복도에 나가 서성이며 기다리고는 했다. 주치의는 남편에게 “어떠세요?” 묻고 대답이 없으니 보호자인 나와 대화했으며 나는 궁금한 게 많으니 계속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곤 했다. 그동안 남편은 매우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2025. 7. 25. 잃어버린 것 그리고 남아있는 것 뇌졸중 환자와의 시간 - ⓸베르니케 실어증 환자나의 스트레스와 피로를 걱정한 아들이 보호자 교대를 해주어서 주말 동안 집에서 휴식시간을 가졌다. 남편은 계속 담배 때문에 아들을 힘들게 했고 말이 늘면서 중환자실의 트라우마를 얘기하고 또 얘기하면서 사람을 귀찮게 했다. 중환자실에서 사지를 묶어두고 밥도 물고 안주고 자신을 굶겼으며 일반병실로 올 때까지 의료진이 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내용이었다. 시술후 금식과 안정을 위한 조치였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력과 인지가 떨어진 사람에겐 납득이 안되는 문제였다. 남편 친구가 주말에 면회를 다녀갔는데 그때 대화가 잘 안돼서 “뇌경색”이라고 글씨를 써서 보여주었더니 이해했다고 한다. 일주일이 지나도록 자신이 병원에 왜 있는지 인지하지 못했는데 이제 자신의 병명을 알게.. 2025. 7. 24. 약자 뇌졸중 환자와의 시간 - ⓷ 예나 지금이나 나는언제부턴가 나는 친정 식구들에게 ‘아픈 손가락’ 같은 존재가 되었다.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나오고 평탄한 길을 걷게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혼과 육아를 겪는 과정에서 삶의 굴곡이 심했다. 경제적으로도 넉넉하지 못한 딸의 처지를 부모님은 늘 안타깝게 생각하셨다. 나와 언니, 여동생 이렇게 세 자매는 항상 가깝게 지내며 남자 형제들은 숟가락만 얹으면 될 정도로 가족의 모든 대소사를 의논해 결정했고 연로하신 부모님의 노후를 걱정하고 보살피며 지냈다. 남편이 중환자실에 있던 그 시간은 친정 식구들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누구보다 가까운 언니가 가족 해외 여행중이라 비밀에 부치느라 애먹었고 귀국해서야 참았던 눈물을 흘리며 서로 끌어안고 울었다. 내 삶이 위기에.. 2025. 7. 23. 각자의 자리 뇌졸중 환자와의 시간 - ⓶곁을 지키는 가족들아침에 눈떠보니 대학생 아들은 일찌감치 알바하러 나가서 없고 딸은 일부러 연차를 내서 내 곁에 있어 주었다. 중환자실 면회는 하루 한 번 20분으로 제한되어 있어서 환자 보호자인 우리가 할 수 있는건 면회시 환자 상태를 확인하는 것 말고는 딱히 없었다. 어제 허탕을 치고 돌아간 아주버님과 함께 오늘 저녁 면회를 가기로 했다. 시동생은 발빠르게 이것저것 알아봐 주었고 자신이 잘 아는 의사한테 형의 상태를 정확히 알아봐 주겠다며 응급실 초진차트며 영상CD 등을 요청해 가져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뇌손상 부위가 적고 추가 뇌출혈이 발견되지 않아 재활치료를 통해 회복 노력을 하면 좋아질 것이라는 소견이었다. 재활병원 리스트를 검색하고 집과 가까운 병원을 추천해주며 .. 2025. 7. 22.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