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기 뇌졸중 환자는 보통 일반병실로 가기 전 뇌졸중 집중 치료실을 거쳐 간다고 했다. 병실은 4인실로, 근무하는 간호사 데스크가 병실 안에 있는 점이 일반병실과는 다른 점이었다.
집중 케어를 위함인지 응급 상황에 대비함인지는 알 길이 없으나 2~3명의 간호인력이 늘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으니 불안함은 덜했다.
수시로 가래를 뽑고 의식이 거의 없는 중증 노인 환자가 있었고 언어에는 문제가 없으나 몸에 마비가 와서 휠체어에 의지하는 환자, 걸을 수는 있으나 편마비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 등 다양한 뇌졸중 환자들이 있었다.
근무자가 바뀔 때마다 환자 인지 상태와 신체 사정을 하는 게 눈에 띄는 점이었다. 측정 도구를 들고서 질문하고 대답 여부에 대해 체크했고 신체 부위 움직임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했다.
남편은 여전히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못했고 거의 모든 질문을 알아듣지 못했다. 손과 팔, 다리의 움직임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중환자실에 있을 때 시술했던 PICC(말초삽입중심정맥관)로 24시간 약물이 투여되고 있었다. PICC는 장기간 약물을 투여하거나 반복적인 주사로 혈관 확보가 어려운 경우, 카테터를 삽입하여 안정적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하는 시술이다. 보통 치료가 끝나면서 제거하는데, 필요시 최대 6개월까지 사용 가능하다고 한다.
남편은 정맥 혈관도 좋지 않은데다, 혈전용해제 주사를 투여하면서 멍든 부위가 심각하고 정맥염 위험이 있어 오른팔에 시술을 하게 됐다. 양쪽 허벅지 위쪽은 뇌혈관조영술 때 카테터를 삽입했던 상처가 있고, 지혈은 되었으나 아직은 회복 중이므로 안정이 필요했다.
이런 이유로 소변줄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수시로 화장실에 가겠다고 해서 애를 먹었다. 그 외에도 정강이와 팔 여러 군데에서 타박상이 관찰되었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이 상처는 발병하던 날 산책길에 넘어지고 구르면서 생긴 거였다. 식사 때 숟가락 젓가락질도 약간 어설퍼 보였다.
집중치료실 둘째 날, 중환자실에서는 제한적인 단어만 내뱉었는데 이제는 횡설수설 말이 많아졌다. 그러나 의미 전달이 어렵고 맥락 없는 말투성이였다. 상대방의 말은 여전히 알아듣지 못했고 특히 지시어에 대한 이해가 전혀 되지 않았다.
“환자분,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라는 질문에, “네. 저는 괜찮습니다.”하는 식으로 반응했다. 듣는 기능이 안되니 상황을 보며 눈치껏 대응하는 식이었다. “다리를 들어보세요.”하면 빤히 쳐다보다가 이것저것 마구 해보는 식이었다.
아들딸에 대해 언급하며, “애들은 어떻게 된거야? 어제, 그제.. 그 어떤 게 뭐 그거를 어떻게 하는 건지 그런 건지 어떤지 잘 모르겠어.”라는 식으로 말을 하니 의미 전달이 될 리 없었다.
글을 읽도록 해보니 거의 외계어 수준이었다. 열심히 읽기는 하는데, 한 단어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게 이상한 발음으로 읽어 내려갔다.
네 명의 환자 중 보호자 간병은 나 혼자뿐이고 다 간병인 돌봄이었다. 담배 금단증상이 오면서 짜증과 화가 늘어가는 남편이랑 의사소통이 안되어 지치고 힘든데, 고맙게도 간호사 한 분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주었다.
뇌경색 환자가 다시 담배 피우면 빨리 죽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절대 금연해야 된다고 친절하면서도 단호하게 설명해주었다. 이해를 하는지 못하는지 모르겠지만 의료관계자의 말이니 집중해서 듣고 좀 누그러지는 모양새다.
내 말이라면 으레껏 잔소리로 치부하고 통제 불능인 이런 불량 환자를 데리고 언제까지 이 고달픔을 이겨내야 할지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
▶블로그 글 뇌졸중으로 인한 후유증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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