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이상의 흡연 이력을 가진 남편은 중환자실을 벗어나 뇌졸중 집중치료실로 옮기고 한숨 돌리는 상황이 되자, 담배를 피우고 싶어해서 가족 모두를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으로 몰아갔다.
금단증상 때문인지 밤에도 수시로 깨어서 밖으로 나가기 일쑤였고 곧바로 따라나서면 따라오지 말라고 짜증을 냈다.
에라 모르겠다 지쳐서 내버려 두면 바로 간호사가 와서는 환자 혼자 돌아다니면 위험하다고 나를 깨웠고 잠이 부족한 만큼 예민함은 커졌다.
면회 온 친구에게 담배에 불 붙여서 하나만 갖다 달라고 부탁하는가 하면, 병동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통제하면 담배 한 대 피우겠다는데 왜 그러냐며 벌컥 화를 냈다.
7층 휴게공간에서 밖을 내다보며 ‘어떻게 하면 담배를 피울 수 있을까?’를 수도 없이 궁리했다고 한다.
24시간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며 감시하는 생활이 시작되었고, 나에 대한 남편의 분노도 이에 비례해 높아져만 갔다. 이성을 잃고 소리 지르며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고 상심해서 남몰래 혼자 꺽꺽 울기도 했다.
뇌졸중으로 병원 신세 지고 있는 것 만해도 기가 막히고 환장할 노릇인데, 그깟 담배가 뭐라고 이렇게 사람을 피 말리나 싶으니 나의 인내심도 바닥이 났다.
건강을 잃고도 정신을 못 차릴 거라면 자식들 힘들게 하지 말고 그냥 여기서 같이 죽자는 극단의 심정이 되었다.
인지검사(MMSE) 결과 겨우 11점(11/30)밖에 되지 않는 상태이니 금연의 절박성에 대해 얘기한들 아무 소용이 없었다.
재활치료로 바빠지면서 시간이 부족하니 다소 덜해지기는 했으나, 병원 생활 내내 그리고 그 이후로도 오랜 시간 금연 문제는 우리 가족의 두통거리가 되었다.
중독이 심해 의지로만 극복이 어려울 때는 의료적인 도움을 받기를 권한다. 특히 남편의 경우처럼 인지도 낮고 이해력도 떨어지는 경우, 아예 초기부터 금연 보조약을 복용하면 덜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보건소에 다닐 수 없는 상황에서는, 원내 가정의학과와 협업해서 처방받을 수 있다면 이런 방법을 시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나중에 재활병원에서 몰래 담배 피우려다 적발된 후 금연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는데, 제법 효과가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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