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집중 치료실로 옮긴지 사흘째 되는 날 일반병실로 이동이 결정되었다. 그동안의 소득이 있다면 눈으로 글을 읽고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면회 온 친구가 의사 소통이 안되자 ‘뇌경색’이란 글씨를 적어 보여주었는데, 이것을 계기로 자신의 병명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병실 면회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요즘은 모든 병원이 환자 면회를 금지하고 있고 불필요한 접촉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보행이 가능한 환자의 병원 내 이동과 병동 출입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일반인이 들어올 수 있는 3층에 소규모 휴게공간이 있고 이곳에 환자가 내려와서 잠시 면회를 할 수 있었다. 충분하지는 않아도 앉을 공간이 꽤 있고 자판기도 비치되어 있다.
남편의 경우처럼 친구를 통한 자극이 필요할 수도 있고, 회사 대표의 방문이 상심한 마음에 큰 위안과 희망이 될 수도 있다.
일반병실로 옮긴 다음 날부터 재활치료가 시작되었고 뇌졸중 원인을 찾기 위한 각종 검사가 시행되었다.
운동치료, 물리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 인지치료가 시간표대로 진행되었고 경동맥 초음파, 관상동맥조영술, 엑스레이 검사 등이 이어졌다.
환자가 바빠지면서 내게도 꿀맛 같은 휴식 시간이 주어졌고 지쳐가던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언어치료를 받고 가져온 프린트물을 보며 숙제를 독려하고 휴대전화를 이용해 사물 사진을 보여주며 이름 말하기를 연습시켰다.
재활치료를 통해 비로소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깨달았고, 그래서 나와 함께 하는 낱말공부에도 협조적으로 임했다.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이유다.
말소리로 들려주다가 안되면 글로 써서 보여주니 한결 소통이 원활해지면서 통제도 수월해졌다. 그러나 막상 이해했던 내용인데 다음날이면 다시 잊어버리는 일이 많았다. 기억력이 나빠져서 알려주었던 것도 다시 초기화되니 다시금 반복하고 반복하는 날이 이어졌다.
식사할 때 젓가락 사용도 아직은 섬세하지 못했고 병동 출입할 때 찍는 바코드를 어떻게 읽혀야 하는지 설명해주어도 이해하지 못하고 무작정 갖다 대기만 했다. 화장실 이용이 서툴러 환자복에 소변을 잔뜩 흘려 버리기 일쑤였다.
몸만 나이 들어가는 중년이었지 머릿속과 행동은 유치원생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언어도 이해력도 인지도 모두 어린애가 되어버렸다.
이미 어른의 것을 습득한 몸뚱이는 이것을 기억하고 있었고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인지의 부조화가 모두를 계속 힘들게 했다. 그 가장 한가운데에 담배문제가 있었다.
'뇌졸중 환자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활보다 힘든 금연--어떡하죠? (0) | 2025.09.24 |
---|---|
베르니케 실어증 환자의 특징 (0) | 2025.09.11 |
뇌졸중 집중치료실의 기록 (0) | 2025.09.05 |
신경계 중환자실 (0) | 2025.08.30 |
주말 응급실-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0) | 2025.08.26 |
119를 불러야 할까요? 잘 모르겠어요. (0) | 2025.08.24 |
만약에 ---[뇌졸중 발병에서 응급실까지]에 이어서 (0) | 2025.08.22 |
뇌졸중 발병에서 응급실까지 (0) | 2025.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