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을 하루 앞두고 노트북 사용하는 나를 보던 남편은 잊고 있던 자기 노트북을 갖다 달라고 난리를 쳤다. 나중에 천천히 주겠다고 했으나, 회사 이메일 확인도 해야 하고 자기가 개인적으로 처리할 게 많다며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아직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환자가 도대체 회사 업무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며 휴대폰 사용조차도 예전처럼 안되는데 무엇을 하겠다고 욕심부리는 것인지, 현재 자신의 상태가 객관화되지 않으니 이해도 설득도 불가능했다.
몇 가지 이유로 노트북을 통제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남편은 자신의 고집을 끝까지 꺾지 않았고, 결국 퇴원 후 주차장에서 실랑이를 벌이다 재활병원 입원 시간을 넘겨버리고 말았다.
장난감 사달라고 떼쓰며 바닥에 누워 우는 아이처럼 어떤 말도 들으려 하지 않았고 자신의 주장만을 되풀이하는 미운 짓을 했다. 지나가며 우리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길을 느끼며, 아이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한 부모의 창피함과 당혹감 같은 기분을 감내해야 했다.
열심히 회복기 재활병원을 알아보고 예약했던 수고로움도 허사가 되어버렸고, 다음날 토요일 입원이 가능한 홀리 재활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던 상황에 가족 모두가 참담했다. 무엇 하나 순조롭게 되는 게 없었다.

당시에는 그렇게까지 말이 안 통하고 설득하기 어려운 남편이 너무 밉고 힘들었다. 되돌아보니 인지, 이해력, 언어소통, 전두엽 기능 모두 낮은 상태에다 금단증세로 짜증과 화가 가득한 환자였다는 점을 우리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으며, 2주간의 간병으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그럴 여유조차 없던 한계상황이었다.
자신의 상태가 좋아져서 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은 이후로도 지속되었으며, 이런 인지적 한계는 재활치료 과정에서도 수많은 갈등의 여지를 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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