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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환자 기록

뇌졸중 환자 기록 ㉕ --<재활 중 무너진 금연>

by 선한 하트 2026.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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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인의 의지로도 힘들다는 금연이 재활중인 뇌손상 환자에게는 너무 높은 벽이었을까?

 

출근후 한달 정도 지났을 때 몰래 담배를 피웠다는 것이 탄로났다. 가족들은 모두 실망감이 컸고 나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아서 대화도 중단되고 될 대로 되라는 자포자기 심정이 되었다.

 

금연약을 복용하고 있었으나 담배의 유혹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었나보다. 스스로 재활에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의심하지 않고 믿고 맡겨두었던 게 문제였을까, 아니면 필연적인 과정이었을까? 방심은 금물이었던 걸까?

 

언어 재활을 열심히 하는 모습도 다 부질없이 느껴졌다. 몸이 망가지고 뇌졸중이 재발하면 끝장인데 곁에서의 조력이라는 것이 무슨 소용일까 싶었다.

 

발병후 여기까지 오는 과정도 지옥 같았지만 그래도 희망을 갖고 어찌어찌 버텨왔는데 다시 눈앞이 캄캄해졌다자신의 발병으로 시작된 가족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배신감과 실망감의 범벅이었다.

뇌졸중 환자 기록 ㉕ --&lt;재활 중 무너진 금연&gt;

하지만 환자는 환자대로 아직 재활의 골든타임인데 가족들의 싸늘한 모습이 냉정하고 서운하게 받아들여져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침묵의 기간에 남편이 먼저 자기 사정을 설명하고 미안하다고 말하기를 기다렸으나 그런 시간은 오지 않았다. 애초에 기대하면 안되는 거였다. 뇌손상 이전의 그 사람이 아니었으므로.

 

아빠에게 화를 냈던 아들은 여동생을 불러 아빠를 위로해주라고 부탁했다. 자신은 그렇게 했지만, 누군가는 상심한 아빠 편에서 이해하고 따뜻하게 격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재활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다는 것을 이때 자각하게 되었다. 환자와 다른 사람들 사이의 갭. 이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환자는 뇌손상을 입어서 충분히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은 상황인데, 주변 사람들은 그가 멀쩡하기에 (아직은 환자라는 사실을 잊고) 정상적으로 기능이 작동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족으로서 이런 인식을 새롭게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시간과 감정 소모 등의 시행착오가 동반되었다. 다시 금연약을 먹으며 운동을 하고 대화를 나누는 일상으로 오기까지 많은 아픔과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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