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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환자 기록15

뇌졸중 환자 기록⑨--<재활보다 힘든 금연, 어떡하죠?> 25년 이상의 흡연 이력을 가진 남편은 중환자실을 벗어나 뇌졸중 집중치료실로 옮기고 한숨 돌리는 상황이 되자, 담배를 피우고 싶어해서 가족 모두를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으로 몰아갔다. 금단증상 때문인지 밤에도 수시로 깨어서 밖으로 나가기 일쑤였고 곧바로 따라나서면 따라오지 말라고 짜증을 냈다. 에라 모르겠다 지쳐서 내버려 두면 바로 간호사가 와서는 환자 혼자 돌아다니면 위험하다고 나를 깨웠고 잠이 부족한 만큼 예민함은 커졌다. 면회 온 친구에게 담배에 불 붙여서 하나만 갖다 달라고 부탁하는가 하면, 병동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통제하면 담배 한 대 피우겠다는데 왜 그러냐며 벌컥 화를 냈다. 7층 휴게공간에서 밖을 내다보며 ‘어떻게 하면 담배를 피울 수 있을까?’를 수도 없이 궁리했다고 한다. 24시간 .. 2025. 9. 24.
뇌졸중 환자 기록⑧--<뇌신경계 일반병실 생활 시작> 뇌졸중 집중 치료실로 옮긴지 사흘째 되는 날 일반병실로 이동이 결정되었다. 그동안의 소득이 있다면 눈으로 글을 읽고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면회 온 친구가 의사 소통이 안되자 ‘뇌경색’이란 글씨를 적어 보여주었는데, 이것을 계기로 자신의 병명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병실 면회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요즘은 모든 병원이 환자 면회를 금지하고 있고 불필요한 접촉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보행이 가능한 환자의 병원 내 이동과 병동 출입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일반인이 들어올 수 있는 3층에 소규모 휴게공간이 있고 이곳에 환자가 내려와서 잠시 면회를 할 수 있었다. 충분하지는 않아도 앉을 공간이 꽤 있고 자판기도 비치되어 있다. 남편의 경우처럼 친구를 통한 자극이 필.. 2025. 9. 18.
뇌졸중 환자 기록⑦--<베르니케 실어증 환자의 특징> 상호 의사소통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스스로는 말을 할 수 있기에, 남편은 계속 자신의 얘기를 늘어놓았다. 추측과 단어를 조합해서 정리해보면, 중환자실에 있을 때 의료진이 해준 게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과 이로 인한 불신이 가득해 보였다. 물도 밥도 안주고, 사지를 결박해서 꼼짝도 할 수 없이 누워서 시간만 보냈으며 어떤 의료적 처치도 없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운동 삼아 복도와 휴게실을 지나 걸어 다니다가 중환자실을 발견하더니 얼굴을 찡그리며 저기 어딘지 기억난다며 고개를 저어댔다. 수술 이후 금식이었고 움직이지 않도록 취한 안전조치였다는 것을 설명해도 알아듣지 못했고, 중환자실의 트라우마에 갇혀 끊임없이 같은 말을 되풀이하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었다. 이 모든 어려움은 좌뇌 손상에 따른 단기 기억상실.. 2025. 9. 11.
뇌졸중 환자 기록⑥--<뇌졸중 집중치료실의 기록> 급성기 뇌졸중 환자는 보통 일반병실로 가기 전 뇌졸중 집중 치료실을 거쳐 간다고 했다. 병실은 4인실로, 근무하는 간호사 데스크가 병실 안에 있는 점이 일반병실과는 다른 점이었다. 집중 케어를 위함인지 응급 상황에 대비함인지는 알 길이 없으나 2~3명의 간호인력이 늘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으니 불안함은 덜했다. 수시로 가래를 뽑고 의식이 거의 없는 중증 노인 환자가 있었고 언어에는 문제가 없으나 몸에 마비가 와서 휠체어에 의지하는 환자, 걸을 수는 있으나 편마비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 등 다양한 뇌졸중 환자들이 있었다. 근무자가 바뀔 때마다 환자 인지 상태와 신체 사정을 하는 게 눈에 띄는 점이었다. 측정 도구를 들고서 질문하고 대답 여부에 대해 체크했고 신체 부위 움직임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했다. 남편.. 2025. 9. 5.
뇌졸중 환자 기록⑤--<신경계 중환자실> 2시간이 채 못되어서 중환자실 문이 열리고 보호자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혈전제거술로 막힌 혈관을 뚫었으며 앞으로 경과를 지켜보자는 의사의 설명이 있었다. 간호사는 환자에 대한 정보를 묻고 기록했으며 후속 처치가 끝나는 대로 면회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면회가 예정되어 있던 시간에 다시 안내하기를, 환자가 소변줄을 빼고 마구 움직여서 뒷수습하느라 시간이 더 걸린다는 것이다. 11시가 넘어서야 면회가 가능했다. 그 사이 중환자실 필요물품 안내를 받았고, 지하 편의점에 세트가 있다고 해서 구입하러 갔다. 총 물품가격이 7만원이나 되어서 깜짝 놀랐다. 경황없는 보호자들은 바가지 쓰는 기분이지만 달리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중환자실 필요물품>기저귀 1팩(특대형), 청결매트 1팩, 물티슈 3팩, 각티슈 1개,.. 2025. 8. 30.
뇌졸중 환자 기록④--<주말 응급실, 은평성모병원> 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접수하고 기다리는데, 직원이 응급실 이용 관련 안내장을 건네주었다.KTAS 기준에 따라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KTAS는 응급환자 분류 도구로서 환자가 중증인지 경증인지 구분하는 분류체계라고 이해하면 된다. 중증도에 따라 환자를 분류하여 불필요한 대기시간을 줄이고 위급한 환자에게 의료 자원을 집중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하고자 함이 목적이다. KTAS 단계별 구분KTAS 1 (소생): 소생 치료가 필요한 환자로 생명이 위급하며 즉각 처치가 필요. 심정지, 쇼크, 무호흡 환자KTAS 2 (긴급): 긴급 치료가 필요한 환자로 생명이나 주요 기능에 위협이 있어 짧은 시간에 처치가 필요. 심근경색. 뇌졸중. 중증 외상 환자KTAS 3 (응급): 생명에 위협은 없으나 심각한 .. 2025. 8.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