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환자 기록29 뇌졸중 환자 기록㉙--<일상 속으로> 가정에서 직장에서 여전히 힘든 과제를 안고 있지만 그것마저도 이젠 새로운 일상으로 받아들이며 익숙해지는 듯하다. 각자의 일터에서 묵묵히 견뎌내며 월급을 받고, 집에서 시간이 맞으면 함께 밥을 먹고 몇 마디씩 근황을 물어가며 서로가 무사함을 확인하며 지낸다. 딸이 지방 출장 갔다 와서 내미는 먹거리를 앞에 두고 얘깃거리 삼아 함께 웃고, 아들 졸업식 축하하러 가서 학교 구경하고 사진도 찍고 모처럼의 외식도 했다. 25년 만에 가족사진 촬영도 했다. 남편의 뇌졸중으로 시작된 온 가족의 어려움은 사진 속 밝게 웃는 얼굴에선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남편은 넷플릭스 드라마를 자막으로 보며 듣기 연습을 하고, AI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며 자신의 뇌 상태에 대해 충분히 알고 싶어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글을 써서 .. 2026. 10. 14. 뇌졸중 환자 기록㉘--<뇌손상 만큼의 현실 받아들이기> 겉으로 보기에는 별 탈 없이 일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가까이에서 매일 지켜볼 때는 다소 염려되는 행동들이 발견되곤 했다. 혹시 치매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마음 한구석에 걱정이 앞서 병원 갔을 때 조심스레 문의했다. 뇌 MRI 결과를 보러 가는 날, 혹시 사진상에 초기치매의 정황이 드러나는지 물어보니 그렇지 않다고 했다. 사진상으로 판단할 수 없으며 치매 검사를 통해 사정한다고 했다. 물론 뇌 손상 부위가 좌뇌라 열심히 재활을 하지 않으면 인지 저하와 치매가 올 확률이 일반인보다 훨씬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재활 경과로 볼 때 그럴 확률은 낮은 편이에요. 동일한 다른 환자군과 비교하면 회복 상태가 아주 좋습니다. 뇌의 일부가 손상되었다는 사실 또한 비켜갈 수 없는 객관적 사실이며 그만.. 2026. 8. 31. 뇌졸중 환자 기록 ㉗--<재활 6개월의 시간> 흡연으로 인한 남편과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2개월의 재활 조력 공백이 있었고 어느새 재활의 골든타임 6개월이 되었다. 자신의 귀책 사유가 있었으니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 뒤돌아보기보다는, 재활 중인 환자를 그냥 방치했다는 서운함을 크게 느낀 남편이 신세 한탄을 했다. 그때 깨달았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판단하면 안된다는 것을. 손상된 뇌기능 중 일부는 아직도 재활하는 중이고 인지나 사고 또한 그만큼의 빈틈이 있다는 것을. 환자라는 기준을 벗어나 나의 분노와 무기력한 감정에 너무 빠져있었다는 것을. 환자도 가족도 계속되는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임을 받아들이고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환자가 포기하지 않고 여전히 열심히 언어 재활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계속 금연약 .. 2026. 7. 26. 뇌졸중 환자 기록㉖--<뇌졸중 원인 탐구> ‘왜 뇌졸중이 왔을까?’라는 질문은 인지가 어느 정도 돌아오면서부터 줄곧 남편의 머릿속을 지배하던 고민이자 해결하지 못한 숙제 같은 것이었다. 자신의 증상에 대해 끈질기게 질문하고 납득할 만한 답을 찾고자 여러 자료를 찾아보며 공부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다가 발병 2개월 전의 건강검진 결과를 분석하면서 그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지금 살펴보니 그 수치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인데, 결과를 받아 보았던 당시에는 차분히 보며 대응할 경황조차 없던 시기였다. 혈액검사 결과 헤모글로빈(18.6 *정상범위 13~16.5)과 헤마토크릿=혈액농도(54.5% *정상범위 39~49%) 수치가 매우 높고, 간기능 척도인 ALT(43 *정상와 감마지피티(83 *정상도 높으며, 콜레스테롤(249 *정상중성지방(225 *정상.. 2026. 6. 11. 뇌졸중 환자 기록 ㉕ --<재활 중 무너진 금연> 정상인의 의지로도 힘들다는 금연이 재활중인 뇌손상 환자에게는 너무 높은 벽이었을까? 출근후 한달 정도 지났을 때 몰래 담배를 피웠다는 것이 탄로났다. 가족들은 모두 실망감이 컸고 나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아서 대화도 중단되고 될 대로 되라는 자포자기 심정이 되었다. 금연약을 복용하고 있었으나 담배의 유혹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었나보다. 스스로 재활에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의심하지 않고 믿고 맡겨두었던 게 문제였을까, 아니면 필연적인 과정이었을까? 방심은 금물이었던 걸까? 언어 재활을 열심히 하는 모습도 다 부질없이 느껴졌다. 몸이 망가지고 뇌졸중이 재발하면 끝장인데 곁에서의 조력이라는 것이 무슨 소용일까 싶었다. 발병후 여기까지 오는 과정도 지옥 같았지만 그래도 희망을 갖고 어찌어찌 버텨왔는데.. 2026. 3. 28. 뇌졸중 환자 기록 ㉔--<뇌졸중 환자의 복직과 회사 생활> 불안감에 서둘러 복귀했던 직장에서는 당연히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다. 사람들과의 일상적인 대화에도 긴장하고 집중해야 했다. 실수를 많이 할까 봐 걱정되어 가능하면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일대일 대화는 그나마 편한데 여럿이 참여하는 회의나 회식 자리에서는 알아듣기 어려운 상황이 많아 쉽게 지치고 피로감을 느꼈다. 거래처와의 전화 통화는 잘 알아듣지 못할 때가 많아 여전히 부담을 느꼈고, 숫자에 대한 정확성이 떨어져 반복 확인하는 상황을 힘들어했다. 해외 본사 직원과 영어로 소통할 때 말이 엉키면, 상대방이 자신을 얼마나 무시하겠냐며 자존감에 생채기를 입기도 했다. 업무상 의견 차이가 있으면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끝장토론을 마다하지 않았던 자신감은 이제 바닥을 치고 있었다. 생각을 말로 옮.. 2026. 3. 9. 이전 1 2 3 4 5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