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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환자 기록

뇌졸중 환자 기록㉙--<일상 속으로>

by 선한 하트 2026.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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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 직장에서 여전히 힘든 과제를 안고 있지만 그것마저도 이젠 새로운 일상으로 받아들이며 익숙해지는 듯하다. 각자의 일터에서 묵묵히 견뎌내며 월급을 받고, 집에서 시간이 맞으면 함께 밥을 먹고 몇 마디씩 근황을 물어가며 서로가 무사함을 확인하며 지낸다.

 

딸이 지방 출장 갔다 와서 내미는 먹거리를 앞에 두고 얘깃거리 삼아 함께 웃고, 아들 졸업식 축하하러 가서 학교 구경하고 사진도 찍고 모처럼의 외식도 했다.

 

25년 만에 가족사진 촬영도 했다. 남편의 뇌졸중으로 시작된 온 가족의 어려움은 사진 속 밝게 웃는 얼굴에선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남편은 넷플릭스 드라마를 자막으로 보며 듣기 연습을 하고, AI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며 자신의 뇌 상태에 대해 충분히 알고 싶어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글을 써서 가족들에게 공유해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다음은 남편의 글이다.

 

<나도 30cm 고속도로가 있었다 - 뇌경색 환자의 재활 수기>

 

시각 뉴런에서 뇌의 사령관인 전전두엽까지는 아주 가느다란 선들이 연결되어 있다. 성인 기준으로 이 선의 길이는 약 20~30cm에 달한다. 수십 마이크로미터(μm) 크기의 작은 뉴런 몸통에서 30cm나 뻗어 나온 축삭은, 건축물로 치면 63빌딩 높이의 수만배에 달하는 경이로운 길이다. 뉴런이 생성한 정보는 바로 이 거대한 줄기를 통해 전송된다.

 

이를 사람의 키로 환산하면 그 거리는 더욱 아득해진다. 뉴런이 사람만 하다면, 30cm의 축삭은 약 25.5km 길이로 뻗어 있는 셈이다. 그야말로 '초고속 정보고속도로'다. 시각 뉴런뿐만 아니라 언어 중추들 간에도 3~9cm의 직통망이 구축되어 있어, 우리는 시속 200~300km의 속도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토록 효율적인 정보망을 갖춘 인체의 신비 앞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이 짱짱한 기간망 위를 종횡무진 달리는 언어 네트워크 덕분에 우리는 타인과 원활하게 소통한다. 평소에는 그 소중함을 잊고 살지만, 이는 개인의 소중한 자산이자 인간관계를 지탱하는 물리적 토대다.

 

그러나 불행히도 뇌경색이 발병하여 이 언어망이 아주 조금이라도 손상되면, 효율적이었던 고속도로는 순식간에 무너진다. 첨단 네트워크는 작동을 멈추고, 뇌는 석기시대의 수작업처럼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기 시작한다.

 

매년 발생하는 52만 명의 뇌경색 환자 중 한 명이 된 나는, 언어 중추 손상으로 인해 듣고 말하는 일상에 큰 제약을 받게 되었다. 소통의 단절은 관계의 소외로 이어졌지만, 나는 여전히 이전의 나를 그리워하며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도대체 내 뇌에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인지, 그리고 지금 나의 뇌는 어떤 우회로를 찾고 있는지 그 과정을 끝까지 찾아내고 이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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